살다 보면 이런 날도
“저 어 -기 목사님! 저는 에스더 인데요 전화 부탁 드립니다 .” 언젠가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잘 알아차릴 수 없는 목소리로 남긴 메시지를 듣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생소한 이름이라 당연히 ‘상담전화이리라’ 생각하며 시간을 약속했고 약속시간에 나타난 자매는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라 잠깐 생각을 하다 기억이 나 함께 끌어안고 반가워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그동안 세월도 많이 흘렀지만 예전보다 많이 밝아지고 건강해 보여서 선듯 알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거의 10여 년전 어렵고 힘들 때 도르가의 집을 찾은 적이 있었던 자매였습니다. 그때 남편과 이혼을 하고 딸 하나를 데리고 살면서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어 도르가의 집을 찾았던 것입니다. 그때의 그 아픔은 당해 본적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캄캄한 암흑이었습니다. 한 때는 함께 울기도하고 기도도 하다가 급한 일은 해결이 되고 그 후에 제법 긴 시간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가끔 생각이 나면 ‘ 무소식이 희소식이 겠거니 ‘하며 지내 왔는데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좋은 남자 만나 재혼을 하면서 생활이 안정되고 마음도 좋아졌다며 인사를 하러 온것이었습니다. 내담자가 상담하러 왔다가 바로 후원자가 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이렇게 오랜시간 후에 찾아오는 사람은 참 드문 일이 었습니다. 심지어는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고 도르가의 집과 연관이 있었던 것을 없던 것으로 하자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후원금까지 내놓고 허둥지둥 돌아 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락이 없어 한 때는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 그러다 세월이 흘러 저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다시 나타난 그녀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시민권 받았는데 그때 과거의 이름도 바꾸고 거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팟타임 일하는 것 외엔 집에만 있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새로 이루어진 가정을 잘 지키려고 애도 많이 쓴듯 해 보였고 얼굴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은 아직도 꺼려진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는 약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치유되어 더욱 행복해질 것을 기대하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저의 마음은 한없이 기뻤습니다. 사실 어려울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자신이 살만 하면 그 은혜를 잊어버리는 것이 보통 사람인데 다시 찾아온 그녀를 보면서 행복할 권리를 누리는 사람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때 그 어려운 때에 도움받은 은혜를 한시도 잊어본 적은 없습니다. 지난 번 찾아왔을 때 남은 날은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리라 결심을 했습니다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이제사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 속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살아가기도 넉넉치 않은데 정성껏 모아 가지고 와서 내 놓는 그 돈 속에는 값으로 메길 수 없는 소망과 기쁨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 주세요. 기회되는 대로 모아서 또 올께요” 하고 말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이 나를 감동과 행복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
여기서 저는 ‘인생은 선택이라는 말’이 생각 났습니다. 다 지나간 일, 그냥 모른 체 하고 살 수도 있었는데 아직도 어려운 삶을 살지만 자신의 아픔을 딛고 남을 도우겠다는 길을 선택하므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살아가면서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타자가 없는 예수님’ ‘모두가 나와 상관 있는 사람’ ‘내가 사랑하고 돌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예수님을 닮은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사역을 하면서 힘들때도 많았지만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오늘 저는 더욱 힘내어 이 사역을 잘 감당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아름다운 만남을 통한 위로가 넘치는 행복한 시간, 이 행복을 우리 모두와 나누기를 원합니다. 에스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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