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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가 최진실씨를 죽였나?
글쓴이:상담센터 날짜: 2019.12.09 21:51:04 조회:4084 추천:0 글쓴이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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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몇 년 전 오제은교수님께서 한국일보에 게재하신 칼럼입니다.

구하라씨의 자살 기사와 관련하여 읽어보시고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기에 인용합니다.

 

누가 최진실씨를 죽였나?

안재환씨에 이은 최진실씨의 자살 사건에 대해 학생들과 솔직한 심정을 나눴다. 학생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한 학생은 "공범자가 된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고, 대부분 밥맛도 없고, 잠을 설쳤거나,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충격도 비슷할 것이다.

경제와 정치가 불안하고 먹을 거리조차 안심할 수 없게 된 때, 잇따른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으로 정신이 멍한 충격상태,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가까운 사람의 자살과 같은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인한 정신신체적 이상 징후)를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 같다.

고통을 나눌 수 없는 우리사회

누가 최진실씨를 죽였는가? 헛소문을 퍼트린 악플러들이 죽였다고 말하기엔 정말 이 세상이 너무 야속하다. 언론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안재환씨 자살을 다루는 미디어의 태도는 무조건 까발리기나 부풀리기, 아무거나 다 알리기 식으로, 보고 듣고 읽을수록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호기심과 의혹만 더 증폭시켰다. 결국 최진실씨 또한 자살로 이르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미디어들조차 악플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교회는 무슨 책임이라도 느낄까? 줄지어 자살을 택했던 연예인들 대부분이 크리스찬이었다는 사실 또한 충격이다. 이제 교회는 외롭고 억울한 사람들이 자살하면 장례식이나 전담하는 그런 기관쯤으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 이럴 때 교회라도 나서서 "바로 우리가 이런 일에 대해 책임이 있소" 라고 좀 힘 있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로 알려져 있는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아직도 이런 문제를 여과시킬 만한 사회적 치유시스템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구나" 하는, 삶의 중심에 구멍이 뻥 뚫려있는 것 같은 무기력함을 뼈아프게 자각한다.

사태가 이쯤 됐으면, 진짜 이유가 뭔지, 이 사건을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 국민들 중 몇 사람이라도 초청하여 함께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고 상담전문가라도 불러 충격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자리라도 만들든지, 뭐라도 해야만 되지 않을까? PTSD와 같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기'에 대해(그게 무엇이든)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말을 하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그것'(그게 무엇이든)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가장 확실한 치유방법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신을 이해해 준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더 이상 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못했거나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고통의 내용이 아니라 그 고통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었는가, 진정으로 다른 누군가와 나누었느냐의 문제이다. 고통을 나눌 수 없는 사회, 억울함을 나눠주지 못하는 관계, 가족, 교회, 팬은 속이 텅 빈 껍데기와 같다.

그저 누군가가 그대가 되어 함께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거나 해석하고, 추측하거나 가르치려 하거나 설교하려 들지 않고, 잘 들어주기만 하면 그 사람은 고통이 덜어지게 되고 가슴이 확 트이며 세상 살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 별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다.

누군가 그대가 되어 들어줘야

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우리는 그토록 외로운 것이다. 그래서 우울하고 자살하게 된다.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큰소리로 "최진실씨! 당신 얼마나 억울한지 이제 알아요! 그 동안 참 힘들었죠? 억울했죠?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하면, 금방이라도 활짝 웃으며 브라운관에 다시 나타날 것만 같다. 앞으로는 상대방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할 때는, "저 사람이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내가 잘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좀 생각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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