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고 있는 아이를 만나다
치유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과
열망을 좇아
상담과 영성, 심리치료와 치유 프로그램을
찾아 다니던
시절,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료’ 라는 주제로
열린 3박4일간의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내
안의 ‘ 메 맞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그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반드시 받아야
했지만 받지
못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발견하고,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를
치유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나에게 있어 이버지는
두렵고도 측은하며
가깝고도 먼
존재이자, 고통과 치유의
내용이요. 영성과 기도의
주제이기도 했다.
둘째 날
밤, 평소 아버지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다
쏟아내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자, 지금부터 아버지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가슴속의 말들을
털어 놓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내개
보여준 모습
가운데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비난이든 욕이든
맘껏 해보는
시간 입니다. ” 나의 아버지는 너무
고지식해서 탈이지.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해 온
분이기에, 그런 아버지에게
무슨 욕을
한다는게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
단순히 아버지를 비난하고
욕 하라는
게 아닙니다. 아버지가 한 행동
가운데 적절하지
못했던 것, 정의롭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하라는 거에요. 그런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당신이
알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하면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밖에
될 수가
없어요. 그러면 당신의
자식도 똑같은
고통을 겪게
됩니다.”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버지가 몇번이나 당신을
안아주었습니까? 언제 안아주었습니까? 당신이 가장 비참하고
힘들고 아팠을
때 아버지가
당신을 어떻게
위로했습니까? 아버지로부터 사랑과
위로, 감동을 받은
것은 무엇입니까?
인도자의 질문에 제각기
눈을 감고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어떤 이는 한숨을
쉬면서,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려가며
마치 아버지가
눈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항상 심각한
표정이었던 아버지, 손을 잡아준 적도, 눈을 맞춰준 적도, 놀아주거나 안아준 적도
없는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인도자는 도무지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골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눈을 감고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어떤 느낌이
올 때까지
한국말로 나의
이름을 부르고
아버지를 불러보라고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어린 시절의
나와 아버지의
존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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