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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르완다에서 만난 로렌스
글쓴이:배임순 날짜: 2013.05.11 19:34:07 조회:7177 추천:0 글쓴이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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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서 만난 로렌스

로렌스는 르완다에서 만난 동생 같은 자매다. 르완다 여성사역을 위하여 우리를 안내 할 두 여인이 나타났는데 그 중 한 사람이다. 한 재매는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전쟁미망인을 위하여 목사가 된 에스더였고 다른 한 사람은 젊고 예쁜 로렌스였다. 그들은 4시간쯤 걸리는 험한 길로 버스를 타고 키부에라는 마을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에 도착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세미나를 마치고 토요일 오전에 제노사이드박물관을 견학했다. 그야말로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덜덜거리는 고물차를 타고 황토자갈 밭길을 가자니 풀풀 날리는 먼지 속에서 멀미도 나고 먼지로 인하여 목이 갈갈거려 가는 길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 줄도 모르는 우리는 그 먼지 속에서도 간간히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명랑하고 예쁜 로렌스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 

고생 끝에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박물관이라기에 미국이나 한국 같을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마치 창고 같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들어가는 순간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팔과 다리뼈 수 백 개를 가지런히 모아 진열해 놓았는데 옛날 우리나라 외갓집 뜨락에 잘게 쪼개 놓은 장작더미 같았다. 사람의 시체에서 나온 무기질을 값으로 따지면 3불이라더니 이처럼 인간이 허무할 수가 없었다. 짐승보다 쓸모없는 인간! 생명이 끊어지면 아무것에도 필요 없을 뿐 아니라 모두가 끔찍스럽게 무서워한다.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 바로 건너편에는 수백 개의 해골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대부분은 금이 간 것이었다. 머리를 낫에 맞은 자국이란다. 낫으로 사람의 머리를 찍을 수 있는 인간의 잔인함! 나는 차마 자세히 볼 수가 없어 한 바퀴 휙 둘러보고는 나와 버렸다 

나와 보니 로렌스는 나무그늘 밑에서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옆에 나란히 앉은 나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 했다. 그녀의 오빠가 10년 전에 저 건너 마을에서 고개를 넘어 온 후투족에게 맞아 죽었다는 것이다. 그 시체를 옮기지도 않고 그대로 땅속에 파묻었다. 세월이 흐른 후 밭을 파헤쳐 뼈들을 주워 모아 이 창고에 보관해 놓았다. 오빠가 죽어가던 현장에서 몸서리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는 간곳없고 뼈만 수두룩이 쌓였으니 기막힐 노릇이 아닌가 

그 오빠의 아들을 로렌스가 키우고 있었다. 그녀와 여동생 그리고 병든 어머니만 남겨두고 집안 식구 모두 다 죽었다. 얼마 후 병든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결혼도 하지 않은 아직 어린 나이에 4살 난 조카의 엄마노릇을 해야만 했다. 얼마 후 조카를 친아들처럼 여기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것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병이 들면 손을 쓸 의료 시설이 없어 그대로 죽어 가야 하는 땅! 그곳에서 암에 걸린 남편은 대책 없이 세 아이와 아내를 남겨두고 죽어 갔다. 그녀는 김평육 선교사님의 협력자인 조나스 목사에게서 전도를 받고 지금은 여성지도자가 되어 세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함께 먹고 자면서 우리를 도우던 그녀는 지구 반대편에서 그들을 찾아와 준 우리들에게 연신 감사의 표현을 하며 하나님을 알게 된 것에 대해 더욱 감사했다. 

마지막 우리가 떠나는 날, 그녀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선물 꾸러미를 들고 먼 길을 찾아왔다. 받는 것에만 익숙 되어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 속엔 우리에게는 아무 쓸모없는 보자기 두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허리에 두르면 치마가 되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왼쪽 어깨 밑으로 늘어뜨려 묶으면 그들에게는 훌륭한 외출복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 보자기를 장롱 속에 잘 보관하고 있다. 다음에 아프리카에 갈 때 입고 가면 기뻐할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서로 기도해 주기로 약속 했고 지금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그녀를 통하여 아프리카여인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소망가운데 살아가기를 바라며 생각 날 때마다 기도한다. 이제 다음 달이면 르완다에 가서 그녀를 만날 생각을 하면 벌써 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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