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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11-오늘이 나의 마지막날이라면
글쓴이:상담센터 날짜: 2011.09.21 15:59:46 조회:7066 추천:0 글쓴이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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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오늘이 나의 마지막날이라면

글쓴이:배임순 날짜: 2002.10.14

그 날 친구들과 함께 뉴욕시내 나들이 갔을 때만 해도 근엄하게 서있던 쌍둥이 빌딩이 바로 그 다음날 그렇게 참혹하게 무너져 버리다니!. 그 일로 인하여 이틀 동안은 공항 출입이 금지되어 집에서 쉬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이틀 간은 내게 있어 악몽 속을 헤매는 괴로움이었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 공중에서 형체도 없이 흩어져 버린 시체들, 110층 빌딩에 깔려 숨막혀 죽어간 사람들, 비행기와 빌딩이 불탈 때 함께 타버린 재가 된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들, 그 빌딩 틈 사이에서 죽을 수조차 없었던 삶과 죽음의 기로에 있던, 사랑하는 이들이 애타게 보내는 비퍼 소리, 전화벨소리 듣고도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 대답 없는 메아리 애타게 기다리다 지쳐 허탈에 빠진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떠올라 온몸이 오싹거렸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아침키스를 하고 출근한 남편은 지금 어디 있을까?

가문의 자랑이며 나라의 자랑이었던 사랑하는 아들,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잃은 이웃 목사님의 가슴 저미는 얘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몸을 뒤척였다. 겨우 잠이 드는 듯 하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 버린 악귀 같은 그들에게 시달리는 꿈에 소스라쳐 깨곤 하였다.  

혼란 속을 헤매었던 사흘째 아침,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나 목욕 후 유니폼을 챙겨 입고 출근길에 나섰다. “다시 시작해야지 아픔을 당한 이에게 헌혈도 하고 성금도 보내고 위로의 메시지도 보내야지!”(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마는...)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공항은 피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통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 자리를 깔고 눕기도 하고 맥없이 앉아 있는 여행객들은 모두 지친 모습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버전아틀란틱 항공사 사무실로 막 들어가려는데, 한 젊은 백인 여자가 반갑다는 듯 달려왔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던 날 런던으로 급히 가야 할 형편인 그녀는 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가 버전아틀란틱 유니폼을 입은 나를 보자 구세주를 만난 듯 급히 달려 온 것이었다. 그녀는 ‘런던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린 두 아이와 남편을 집에 두고 런던으로 가기 위해 프로리다에서 사고 전날 밤에 뉴왁 공항에 도착하여 이틀이나 갇혀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생을 마감할지도 모를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드려야 할말이 있단다. 꼭 해야 할 말이...

  사무실에 들어가 비행기 스케줄을 알아보았으나 현재로선 대책이 없었다. 다음날도 그 여자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다음 날에도... 사고 5일째 아침, 스케줄에도 없었던 비행기가 특등실 승객들만 태우고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비밀리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되어 있었기에 그 여자에게도 말해 줄 수 없었다. 그리고 특등실 승객들도 절반밖에 탈 수 없어 나머지는 저녁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그 이튿날은 새벽 세시에 출근을 했다. 여전히 같은 곳에서 자리를 펴고 기다리던 그 여자는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서는 사람들을 보고 달려와 나를 붙들고 마구 조르는 것이었다. 잘 설명을 하고 저녁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안심을 시킨 후, 메니저 실에 들어가 그 여자의 사정이야기를 했다. 피곤에 지친 메니저는 나를 보며 “여기는 봉사 단체가 아니에요.!” 하고는 눈길을 돌려 버렸다. 입사 이후 처음으로 듣는 냉정한 목소리다. 모두들 업무에 바빠 정신이 없는데, 이 바쁜 와중에 바보처럼 그 여자 생각으로 멍청하게 서 있는 나를 쳐다본 그는 기가 막힌다는 듯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러나 잠시 후, 작은 일에도 칭찬을 잘하는 메니저가 돌아와 “짜증내서 미안해요, 모두들 너무 지쳤지요?” 정중히 사과하고는 그 여자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그 바보짓으로 메니저를 피곤하게 했지만 그 여자는 그 날 밤 비행기로 떠날 수 있었다.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난 그 여자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 마지막 말이란 무엇이었을까?  

숱한 사람들이 죄없이 빌딩에 깔려 죽어갔고 그녀의 어머니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내가 오늘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마지막으로 무엇을 해야 할 일이 무엇 일까!

나는 나의 죽음 앞에서 죄와 더불어 먹고 마시면서 의인 인 것처럼 가증하게 살아 왔던 자심을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살아 있다는 데 대한 별 의미를 몰랐던 자신을 발견했다. 나라와 세계를 위하여 기도한다 하면서 정작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숱한 생명이 무고히 죽어간 와 중에 살아 남은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를 용서하신 그분께 감사하며 이 험한 세상에서 휘청거리는 자들, 상처받고 우는 자들을 내 품에 끌어안고 죽어 가야지! 덤으로 주어진 인생, 이제는 나를 긍휼히 여기셔서 생명 버려 당신의 자녀 되게 하신 그 사랑에 힘입어 슬픈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삶으로 엮어 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삶이 다하는 날 주님 앞에 살아온 날들 내보일 때 “아름다운 삶이었다” 말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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