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제목: 아버지의 냄새 |
 |
글쓴이:최승용 날짜: 2015.02.24 00:05:59 조회:3027 추천:0 글쓴이IP:183.182.123.154 |
|
 |
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
 |
|
 |
|
 |
아버지의 냄새 |

난 아버지의 그 까칠한 손이 정말 싫었다. 내 얼굴을 만질 때면 사포 같은 그 손, 냄새도
났다.
아버지 몸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냄새,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 그
냄새, 비 오기 전에 풍기는 흙냄새...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다.
난 음식점 식당보조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너무
창피해서
친구들한테는 아버지가 ‘요리사 주방장’이라고 거짓말했다. 소림사 주방장이 무술을 꽤나 잘한다고 믿을
때였다.
그 당시 아침이면 항상 아버지는 형과 나를 동네 점방(가게)으로 데리고 가셔서 날달걀을 한 알씩 주고 마시라고
하셨다.
그 맛은 비렸다, 엄청...
그런데 그걸 마셔야만 과자 한 봉지씩 사주셨다.
내가 좋아하던
과자는 조립식 로봇이 들어있던 과자였는데, 그 로봇을 모으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다 6년 전
아버지는 하늘로 떠나셨다. 떠나시던 그 날 비가 엄청 내렸다.
그 날 난 병원 원무과와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장례 준비에
더 신경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버지 사망소식을 전하느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는커녕 아버지를 그리워할 겨를도
없었다.
바보 같은 놈.....
39살이 된 난, 생선을 파는 생선장수다. 내 몸에서는 언제나 생선비린내가
난다.
집에 가면 딸아이가 아빠 좀 씻으라고 타박한다. 내 몸에서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내 아버지의 그 냄새가 나는
걸까?
아들 녀석은 내가 자기 얼굴에 손대는 걸 싫어한다. 내 손이 어느새 그 까칠까칠하던 내 아버지의 손이 된
걸까?
아버지가 한없이... 때로는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다.
아버지의 그 냄새를 다시 한 번만 딱, 정말
딱 한 번만 맡아봤으면 좋겠다.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아침에 그 비린 날달걀이 먹고 싶어요?“라고... 그러면서
애들에게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한다.
“계란 껍질에 병균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좋다고 쭉쭉 빨아 먹어요? 당신 이상한
사람이에요.“라고
난 웃는다. 여태껏 겨울시장 통에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동태를 손질했다. 난 오늘도 날달걀
먹고 나온다.
또한 오늘도, 아버지의 그 냄새... 나도 생선냄새를 풍기며 일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 최승용 옮겨 정리 / 새벽편지 가족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