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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프리카의 디오게네스
글쓴이:배임순 날짜: 2011.09.21 14:07:36 조회:8193 추천:0 글쓴이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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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디오게네스

글쓴이:배임순 날짜: 2006.02.17

  고메 섬의 사역을 끝내고 탄자니아 무완자에 있는 선교센터로 돌아왔다. 밤배를 타고 돌아와 아침에 센터에 도착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모두들 구석구석에 쓰러져 누웠다. 전날 노방 전도하느라고 먼지 통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밤새도록 배를 타고 오면서 달라붙는 벌레 때문에, 윙윙거리는 벌레소리, 배의 기관실 모터 돌아가는 소리, 알아들을 수도 없는 텔레비 소리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센 탓이다. 게다가 나를 포함하여 배 멀미를 한사람도 있었다. 우리일행은 모두지칠 대로 지쳤다. 내일 아침이면 원주민 교회에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떠나야 하는 데 한나절 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쉰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그래도 그날은 샤워도 제대로 했다. 선교센터는 그나마 그 동네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건물에 속한다. 목욕탕이 있어 샤워도 할 수 있고 불을 켤 수 있는 날보다 정전이 되는 날이 더 많기는 하지만 전기불도 있다. 10분정도 걸어 나가면 넓은 호수가 있어 경치도 아름답다. 하긴 탄쟈니아는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그런데 바로 옆집 움막에 할아버지 한분이 살고 계셨다. 그 앞을 지나가다가 움막을 들여다 보고 인사를 했다. 점심을 마련하시는 모양이다. 조그마한 화로에 다 찌그러진 냄비를 올려놓고 묽은 풀을 끓이고 있었다. 먹을 것이라고는 오직 쌀가루 한줌뿐인 모양이다. 그것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방인지, 부엌인지, 창고인지, 돼지우리인지 분별할 수도 없는 이 움막에서 우선 그 풀이라도 끓이는 동안은 행복하신 표정이다. 그 할아버지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귀에는 고름이 흘러 말라붙은 자국위에 계속 흐르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가슴 아픈 일 뿐이다. 입은 옷은 아마도 평생 한 번도 안 빨아 입은 것 같다. 호수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그런데 나는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사치스럽게도 디오게네스가 생각났다. 움막에 들어앉은 할아버지가 디오게네스를 연상케 한 것이다. 만약 그가 하나님을 안다면 예수님을 만났다면 그 유명한 고대 철학자 디오게네스보다 행복한 움막 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물론 디오게네스는 예수님이 탄생하시기 전의 인물이며 하나님을 알지도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퀴니코스학파'의 모범적이고 대표적인 학자로서 '걸인의 삶'을 자처했다. '퀴니코스학파'는 현실의 문화를 거절하고 개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견유학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학파의 가르침은 '금욕' '자족' '관습무시' '반 문명사상'을 실천하여 걸인생활을 실천했다고 한다. 세속적인 욕망을 떠나 가난 속에서도 정신적 행복을 누리려는 금욕주의 실천가였던 디오게네스는 모든 재산과 지위를 포기하고 남루한 단 한 벌의 옷과 집조차 없는 방황 생활로 일생을 보냈다. 말하자면 당대의 그 찬란한 그리이스 문화에서 제외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당시 알렉산더대왕도 이 디오게네스의 삶을 부러워하고 존경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사이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알렉산더대왕이 디오게네스의 움막에 찾아가서 "그대를 위하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 소원이 있거든 말해보시오.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소 ."라고 묻는 당시 세상의 권력가인 왕의 물음에 "햇볕을 막고 있는 그 자리에서 물려 나주시오." 하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단벌옷에 깡통하나 가지고도 금욕주의의 철학사상으로 움막생활을 행복하게 자처할 수 있었다면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생명을 누림으로 이 보다 더 행복한 움막생활인들 못하랴!. 나 자신도 감히 실천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해 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하나 보다.  

우리는 그 할아버지를 위하여 먹을 것을 전해드리고 그리고 기도하고 나왔다. 이처럼 이중적인 내 모습이 너무도 싫었다. 나도 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하고 그렇게 안타까워하면서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먼 길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슴 아파 우는 일밖에는 없는 것 같다. "하나님! 보이시나요? 이 불쌍한 사람들의 모습이..." 저물어 가는 석양에 비치는 하나님께 원망처럼 물으며 하늘을 쳐다보는 내 눈에는 대책 없는 눈물이 계속 흘러 내렸다.  

센터로 돌아온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 먼저 바로 옆집에 사시는 할아버지의 영적, 육적 구원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돕는 일이다. "불쌍한 할아버지! 주님 영접하시고 천국 가서 아름답고 좋은 집에서 우리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 이 밖에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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