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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프리카에서의 크리스마스
글쓴이:배임순 날짜: 2013.12.12 00:44:10 조회:7112 추천:0 글쓴이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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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의 크리스마스  

올해는 유난히 아프리카 생각이 많이 난다. 아프리카로 드나든 세월이 짙어지는 탓일까? 한동안 아프리카에서 살고 싶어서 짐을 다 정리하고 아프리카로 갔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머무르는 동안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는 깊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2007년 초 가을, 그곳은 여전이 더운 날씨에 탄자니아 부코바에 도착하여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의 일 년이 내게는 가장 자유롭고 복된 시간이었다. 전기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되면 나가거나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아 촛불을 켜고 지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잠이 모자라지도 않았고, 이곳처럼 전화나 인터넷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불러내는 사람도 없어 아침에 기도하고 하루를 계획하면 대부분 그대로 지켜지는 편이었다. 때로는 달밤에 뜨락에 나가 밤하늘을 보는 여유도 있었고 내 머리 위로 곧 쏱아 질 것만 같은 은하수를 보며 어릴 적 외갓집의 여름밤으로 시간여행을 하기도 했다 

낮에는 주로 뜨거운 뙤악볕에 산길을 걸어 다니며 현지인들을 만나다 땀에 범벅이 되어 먼지를 뒤집어쓰는 일이 일수인데다 물까지 모자라는 날이면 난감하기도 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니 요령도 생기고 잘 적응이 되어 갔다. 때 마다 확성기를 통해서 들리는 모슬렘들의 기도소리도 처음에는 많이 거슬렸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으로 바뀌었고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도 샌들을 사서 신기며 사랑할 수 있게 되어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생활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여행을 많이 한 덕분에 꼭 한국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별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진 것이다. 먹을 것이 흔한 미국에서는 상상이 안가는 굶주림이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교하러 가서 한국식품을 보내라고 한다는 것은 정말 사치스러운 일 같지만 그때 나에게는 그 굶주림이 허기로 느껴질 정도로 심각했다. 아마도 심리적 허기도 합쳐진 것 같다. 궁리 끝에 함께 동역하던 집사님께 한국음식을 보내라고 연락을 했다. 그런데 한 달이면 도착한다던 물건이 한 주, 두 주 미루어져 크리스마스 전날이 되었다. 

물건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시내로 나갔다. 아프리카의 크리스마스 이브, 정말 을씨년스러웠다. 구멍가게 같은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케롤이 흘러나왔고 어떤 상점 안에는 황금색과 은색의 빤짝이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더운 나라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적이 없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너무나 어색 했다. 따뜻한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하얀 눈이 펄펄 내리는 날씨에 맞이해야 할 것만 같은 그리스마스! 날씨는 더운데 어쩐지 마음은 서늘했다. 사람이 살아온 환경의 힘이 이처럼 크다는 것을 세삼 느꼈다. 어떤 사람에게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무더운 크리스마스도 있다는 것을 그제야 느끼게 되었다. 언제나 나의 경험과 지식, 내 말이 옳다고 주장하던 나에게는 큰 충격 같은 깨달음이 있었다 

사실 내가 경험하고 아는 것은 모르는 것에 비하면 우주 속의 먼지 하나에 불과한데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고 우기던 날들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아프리카에 머무르는 동안 생활방식이 전혀 다른 현지인들을 존중하는 법과 어우러져 함께 사는 법을 배우면서 나의 생각을 깨는 인생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 해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나의 허기를 채워준 한국식품과 그 선물을 받고 그것을 보내준 집사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 그리고 나의 생각의 틀을 깨어준 아프리카의 크리스마스였다. 역시 아프리카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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