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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프리카에서의 물사정
글쓴이:배임순 날짜: 2017.01.09 12:08:47 조회:4962 추천:0 글쓴이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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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의 물사정

 “가장 부드러운 물이 제 몸을 부수어 바위를 뚫고 물길을 내듯이 당신의 사랑으로 단단한 고집과 편견을 깨뜨려 물처럼 그렇게 흐를 수는 없을까? ... ... ...

물처럼 내 모양 주장하지 않아도 당신이 원하는 모양대로 뜻하시는 그릇에 담기기를 소원하는 유순한 순종의 물처럼 될 수는 없을까“

위의 시는 나로 시인이 되기까지 도와주신 김소엽 시인의 “물처럼 그렇게 살수는 없을까?”란 시의 일부입니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숙연해지는 것은 아마도 그 시 앞에 서기에는 저 자신이 부끄러워서인가 봅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삶의 고비 고비가 물줄기 같다고 생각하며 그 언제부터인가 물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접에 물을 부으면 대접모양 병에 부으면 병 모양이 되는 물처럼 어디든지 어울릴 수 있는 그런 편한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청년시절에 “내 모양을 지키며 살겠다.”고 도도하고 야무지게 말하는 나에게 “나는 모양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던 젊은 전도사님 앞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날부터 저는 물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특히 잔잔한 호수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빅토리아 호수는 우리가 좋아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에 그처럼 메마른 대지를 두고 혼자 아름답다니... 그래도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빅토리아호수가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리만큼 고요와 평화스러움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땅에서 물 때문에 고생을 한 우리에게 있어 그것은 무책임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실 아프리카는 물과 화장실만 해결되면 많은 사람들이 살아보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먼지가 풀풀 나르는 메마른 대지를 적시지 못하는 거대한 빅토리아 호수가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지난번 콩고에 여성사역 하러 갔을 때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호화로운 곳이었습니다. 언덕아래 석양이 지면서 노을에 물든 조그만 호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호수를 눈앞에 두고도 물이 없어 샤워를 못할 형편이었습니다. 어쩌다 물이 나오니까 모두들 좋아하며 샤워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동작이 느리기도도 하지만 체면을 차리느라 마지막까지 기다렸는데 샤워를 시작하여 몸에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막 행구고 나니까 물이 끊어져서 어쩔 수없이 그냥 타올로 닦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번에는 물을 대야에 받아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모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틈을 타서 제가 먼저 샤워를 하고 다음 사람을 위하여 물을 틀어놓았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물이 넘어서 건너편 방까지 새어들어 갔습니다. 저는 혼자 들어가 자다가 불려 나와 그 물을 다 닦아야 했던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 그 넘친 물이 얼마나 아까웠든지.. 그런 물난리를 겪은 나는 이번 우간다에 갔을 때는 머리를 잘 써야 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초저녁에 비어있던 드럼통에 밤이 깊어지자 물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펌퍼로 퍼 올린 물을 호수로 연결하여 물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김집사님 옆구리를 찔러서 도둑같이 소리를 죽이며 몰래 밖으로 나와 둘이서 서로 물을 부어주며 시원하게 머리를 감았습니다. 그리고 타올을 머리에 두르고 방(방이라고 해야 학교교실 흙바닥이지만)으로 들어와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하얀 타올에 지저분한 색갈로 변해 있었습니다. 아침에 본 드럼통 물은 찌꺼기가 아래로 가라 앉아 윗물은 맑은데 어제 밤 흙탕물에 그대로 머리를 감았으니 감을 때나 깨끗한 기분이었지 아침에 자고 나니 머리카락이 뻣뻣했습니다.

“역시 어둠 속에 행하는 일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어두움의 일을 버리고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자.”하며 억지로 교훈을 얻기는 하였지만 어찌되었거나 물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우리에게 그리고 이 아프리카 땅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호수의 속사정이 딱했습니다. 하긴 머지않은 날에 이 땅에 펌프를 설치하고 정수기를 놓으면 아프리카도 아름다워 지겠지 그때 이 거대한 호수도 목마른 사람의 목을 축이는 물의 사명을 다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드럼통 대신 수도시설을 하고 마음껏 물을 사용하지는 못해도 이전에 비하면 물사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물사정이 좋아지면 이곳에 사는 이들의 건강도 좋아지리라 믿어집니다. 한편 물이 이렇게 많아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해 지저분함 것을 면치 못하는 것처럼 말씀의 홍수 시대에서도 아직 물 맛을 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새해에는 좋아져가는 아프리카처럼 이땅에도 생명수로 목을 적시는 사람들이 늘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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