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출발하는 기차를 기다리며
고향으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군요
어느 듯 이생의 절반을 지나
바쁘게 살아온 묵은해를 뒤로 하고
또 한발자욱 천상으로 다가갑니다.
걸어온 길만큼
짐은 가벼워지고
남은 날도 그저 님의 선처에 맡길 뿐
이제 삶의 고난도 유익이 되고
외로움에도 이력이 나
삶의 무게 버틸 채비가 되어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잘못 살아온 지난날 후회하며
더 한껏 사랑하지 못한 탓에
가슴 아프지만
나의 창으로 떠오르는 새벽을
아껴 온 삼백 예순 닷새가
갸륵하기만 한 것은
고비마다 사연마다
당신이 계셨던 까닭입니다.
신비롭게 흐르는 세월의 강물 속에
모서리 깎인 조약돌처럼
나의 모습도 느슨해 져 감은
기다려 주신 당신의 은혜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아집이 부끄러운 것은
당신 앞에
어쩔 수없는 나의 모습입니다.
이제 모든 짐 내려놓고
생명의 양식 챙겨
옷매무새를 여민 마음 한결 가볍습니다.
2013년 출발하는 기차를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