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거기 있는지 몰랐어 

 모든 인간 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원인은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내면아이는 우리 안에 있는 상처받은 어린아이다. 

부모로부터 지지받고 후원받고 싶어하는 그 사랑의 목마름, 배고픔, 공허가 내면을 차지하고 있다. 몸은 성장해서 성인이 되었지만 그 내면의 공허함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어린아이의 성장이 저지되거나 감정이 억제된 채로 , 특히 화가 나거나 상처받았을 때의 감정들을 그대로 가진 채로 자라서 성인이 된다면, 상처 입은 그 아이는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해서 그의 내면에 자리 잡게 된다.즉 겉은 성인이지만 속은 아이의 상태인 성인 아이로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과거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있는 내면아이가 바로 사람들이 격는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아이를 돌보고 그 아이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성인이 된 우리의 인생에 계속 영향을 끼치면서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말것이다. 

 ‘영성과 내면아이 치유’에 참가한 4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아침 묵상중에  자기 안의 ‘울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그녀가 다섯 살 때 엄마는 어린 딸을 이모 집에 맡겨둔 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엄마 가지마! 엄마 나도 데려가 줘!” 엉엉 울며 매달리는 어린 딸을 떼어놓고 엄마는 사흘 후에 데리러 오겠다며 도망치듯이 대문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가 되던 날,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깜깜한 밤이 되었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을고 있는내면아이를 가슴에 지닌 채 지금까지 살아온 이 여성은 자신이 왜 그렇게 슬픈지 몰랐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에게 참으로 자상하고 자녀들과의 관계 또한 좋은데 왜 늘 자신의 삶에 슬픔이 깊에 배여 있는지, 왜 그토록 외로운지, 왜 이유없이 그렇게 화가 나는지 모른 채 상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슬픔은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던 기억으로부터 비롯되었거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았거나 , 어린 시절에 받아야만 했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비롯된다. 이 여성에게 필요한 치유의 과정은 자신 안의 울고 있는 내면아이를 만나 다섯 살 먹은 어린아이가 표현하지 못했던 그 슬픔을 알아주고, 엄마로부터 받은 거절감과 배신감,분노,외로움 등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해주는 일이다. 억눌렸던 감정에 대해 슬퍼하는 그만큼 거기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치유의 핵심은 ‘내가 나를 잘 돌보는 것’ 이다. 상처받는 내면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부둥켜아눈 것이다.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새로운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성인인 나와 내면아이가 대화하면서 최고의 파트너,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발전적이고 의존적인 시기에 성장을 위해 꼭 필요했던 의존적인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일평생에 걸쳐 의존적으로 된다. 각 단계별 심리 사회적 발달 단계의 당연한 욕구들이 채워지지 못했을 때 의존성, 중독성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내면이 공허하기 때문에 외부에 있는 무엇인가를 붙들지 않으면 안되는 상테가 되는 것이다. 

 내가 내면아이를 돌보고 그 아이의 편이 되어줄 때, 그 아이는 칼 융이 말한 내 안의 ‘놀라운 아이 Wonder child’가 된다. 타고 난 모습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이 아이는  우리의 탐험에 대한 타고난 잠재력은 물론 창조적인 모습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핵심 요소를 즉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면아이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일이다. 내면아이를 만나는 순간, 그 아이의 존재를 알아주는 순간, 치유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