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자기 사랑 노트 –  동반 의존성과 관계의 문제     P101-103      June.  2022

             동반 의존은 나 자신의 실체를 잃어버린 정신 질병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동반 의존적이 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반응하며 행동하게 된다.

             내가 상담했던 박 아무개(23세) 는 남자 친구가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았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예기를 들은 날 밤에 자신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그건 그녀 자신의 감정보다도 남자 친구의 감정에 지배되었기 때문이다.

             상담을 요청해 온 이 아무개(21세)는 6개월 동안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날 밤 자살을 시도했다.  자신의 모든 가치를 여자 친구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데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는, 다른 사람 중심의 가치 체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내담자인 김 아무개(34세)는 남편이 외식을 하러 나가자고 하면 별로 내키지 않아도 남편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따라 나서고, 남편이 어느 식당에 가고 싶은지를 물어도 아무 데나 괜찮다고 말곤 했다. 하루는 남편이 멋진 식당으로 안내해 일류 요리를 먹고 유명한 영화까지 감상했으나 모두 따분하고 아무것도 즐길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일주일 내내 시무룩한 채 지냈다. 남편이 무슨 영문이냐고 물었을 때도 그녀의 대답은 “아무 일도 없다”였다.

             주위 사람들은 늘 그 부인이 착하고 예의 바르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게 보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위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착하게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 ‘착한 이미지’가 거짓 자아인 셈이다.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느낄 수도 없고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실체를 잊고 산 지가 너무 오래되었던 것이다.

             또 장 아무개(56세)는 최근 몇 달 동안 계속해서 남편에게 벤츠 승용차와 골프 클럽 회원권을 사내라며 졸라 댔다고 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빚에 시달리는 중이었고, 매일매일 신용 카드 빚을 갚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들에게 부유층으로 보이고 싶어 액세서리를 사들이고 미용에 온통 신경을 썼다.  남들에게 부유하게 보일 만하다는 판단이 들기 전에는 사람 만나는 일을 꺼리기 때문에 , 화장하고 치장하느라 중요한 약속 시간을 어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부자처럼 보여야 무시당하지 않고 대접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또 스스로도 거울 앞에서 부유하게 보여야만 자신감이 서는 것 같은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하나같이 자신이 내면 깊이 있는 실체적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기 삶을 외부적인 것들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살아가는, 동반 의존증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 모든 중독증은 자신의 내면을 상실한 동반 의존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자신의 내적 세계가 약하면 약할수록 수치심과 자기 비하심을 내면화하면서 외부적인 것들에 강박적으로 의존하고 다른 사람들의 주위를 끌어 자신을 그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만들려고 애쓴다.    

그래서 때론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경제적인 성취감이 강한 작업을 택하거나 녹초가 될 정도로 일에 몰두한다. 자신의 정체성이 외부 물질 활동과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반 의존은 결국 자신의 실체가 없는 정신적인 파산 상태로 치닫게 한다.

             동반 의존성을 치유 하려면 자신의 정체성을 내면 깊은 곳에 뿌리 내리게 하지 않으면 않된다. 중요한 것은 내면이다. 세속적인 성취에서 내면의 평화로 초점을 바꿔라. 겉이 화려하고 멋진 예배당을 짓는 것도 좋지만, 마음 깊은 곳에 그런 예배당을 짓는 일이 중요하다.  겉은 그럴듯해 보이면서 속은 텅 빈 것이 아니라 겉은 비록 허술해 보일지라도 속이 꽉 찬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 자신의 삶과 가족, 교회 그리고 우주 공동체의 궁극적인 치유를 가져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