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새끼오리가 길을 잃어서 숲에서 뾰족한 귀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면 새끼오리는 그것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도망가 버린다. 하지만 그것이 만약 오리처럼 걷고, 오리처럼 생겼으며, 오리처럼 소리를 낸다면, 새끼오리는 그것을 따라간다. 만일 새끼오리의 첫 번째 이미지가 연구자였다면, 새끼 오리는 그 연구자를 각인하여 자기 어미인 줄로 알고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인간도 이와 비슷하다. 매우 어렸을 적 보호자의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채로 우리는 시작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모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지만 형제,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등이 보호자였다면 그들의 긍정적, 부정적 모습을 각인하게 되고 이러한 이미지를 우리의 삶 속에 간직하게 된다.

보호자의 이미지는 합성되어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되는데, 우리는 그런 이미지의 합성을 가리켜 이마고(Imago)라고 부른다. 이마고는 어린아이의 초기발달에 영향을 주었던 특정 보호자의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모든 모습으로 구성된다. 그것은 분명한 흑백사진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어떤 인상파 그림과도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성장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이미지에 맞는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만약 당신이 배우자에게서 어떤 모습을 기대하느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친절하고, 자상하고, 따뜻하고, 민감하고, 매력적인 모습과 같은 긍정적인 모습만을 나열할 것이다. 그 누구도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무관심하고, 거리감을 두고, 불친절한 것과 같은 부정적 모습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의식적으로는 사람들 모두가 긍정적 모습을 지닌 이상적인 배우자를 찾기 위한 준비를 하지만 사실은 우리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보호자의 긍정적이면서 또한 부정적인 두 가지 모습을 함께 지닌 그런 사람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사용했던 비유를 들 수 있다. 그는 무의식과 의식을 구별하여 설명하기 위해서 말에 올라타 있는 기수의 이미지를 사용하곤 했다. 여기에서 기수는 의식적 생각을, 그리고 말은 무의식을 나타낸다. 즉, 의식적인 생각으로 기수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기수의 밑에 있는 말에 해당하는 무의식은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말에 올라타 있는 기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과연 누가 진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물론 기수가 모든 것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진정한 힘의 주인공은 말(horse)이다. 만일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말은 멈추거나. 기수를 떨어뜨리거나, 혹은 도망갈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을 ‘관계' 속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는 의식적으로는 우리가 배우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알고 있으며, 배우자가 지닌 긍정적 모습에서 그것을 찾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과연 모든 힘을 가진 무의식이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이 무의식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마고 이론을 살펴보면, 무의식은 어린 시절에 충족되었어야 했지만 아직 충족되지 못한 것을 찾아 그 여행을 끝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무의식인 말(horse은 그 여행을 끝내기 위해서 무의식이 어렸을 적 가져야만 했던 그것과 비슷한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만약에 당신의 부모가 당신이 어렸을 때 당신을 잘 돌보고 좋은 것을 제공했던 그런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부모가 우울하고 불행했다면, 당신은 결국 무의적으로 우울한 배우자를 찾아다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고통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만약에 당신이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미 그 사람에게서 멀리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당신은 우울한 사람에게 끌리게 될 것이다. 어렸을 적 상처를 받았던 그대로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또 다시 끌릴 것이다. 당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면, 당신의 집과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없어지게 될는지도 모른다. 또한 당신이 다시는 이런 관계를 맺지 않겠노라 아무리 맹세를 한다 해도 이전과 똑같은 일이 또다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재현될 것이다. 그 오래된 당신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한, 그게 부모든 아니면 다른 보호자든 당신에게 처음으로 상처를 주었던 그 사람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들어맞는 그런 어떤 사람을 당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찾아다니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의식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이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이러한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 이 지구상의 그 어떤 힘이 이러한 관계를 맺게 이끄는가? 이 딜레마의 해답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로맨틱한 사랑(romantic lov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