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어 주는 일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일은 무엇보다도 ‘함께 있어주는 일’ 이다. 사랑한다고 수백 번 고백하는 것보다도, 고통스러울 때 함께 있어주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여기 있어요” 라는 말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지금 “고통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 이다. 고통은 그것을 알아주기만 하면, 누군가 함께 그것을 나눠주기만 하면, 아주 다른 모습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우리가 만약 온 마음과 정신을 집중해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계속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 것 까지도 차츰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만일 어떤 사람이 고통 중에 힘들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누군가 그 사람의 고통을 진정으로 알아주고 함께 나눠주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그 사람이 바로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고통 당하는 사람의 고통의 소리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기만 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을 그토록 억누르고 있던 고통의 무게가 푹 내려앉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고통속에 있는 사람이 간절히 듣고 싶은 말은 “당신이 지금 고통속에 힘들어 한다는 걸 내가 잘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고통 당하는 것처럼 나에게 가슴 아픈 일은 없어요.”라는 속삭임일 것이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결코 판단하려 하지 말고, 해석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이걸 고쳐라 저게 문제다 하기 보다는), 그저 단순히 이 사람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졌으면 하는 그런, 오직 단 하나의 순수한 의도만을 가지고, 다시 말해서 말 한마디라도 좀 따뜻하게 못해줘서 안타까워하는 그런 심정으로, 그 사람의 고통을 어떡하든 알아주고 나눠주려 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치유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상담을 할 때마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는데, 적어도 상담 약속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하여 내담자를 기다리면서 내 가슴 위에 두 손을 얹은 채로, ‘오늘 상담하게 될 그 분 (내담자)의 고통을 지금 나의 가슴으로 진정 느끼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이다. 내가 분명히 확신하는 것은 그 사람의 고통을 나 자신이 진정 함께 느껴 보기(공감) 전에는, 그 사람을 도와줄 수도 없고 진정한 치유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상담사로서 내담자를 대할 때마다 그 사람의 상처와 아픔에도 불구하고, 상담사인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내담자에 대해 끊임없는 존경과 사랑과 긍휼의 마음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사랑의 영성이 상담사 자신의 내면 깊숙이 계속 충분히 유지 되도록 하려면 깊은 자아성찰과 계속적인 영성 수련이 꼭 필요하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고통의 소리를 들어주는 일이고, 그 존재를 잘 알아주는 일이다. 고통가운데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런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할 것이다.

“내가 당신 곁에 지금 있어요.

당신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당신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