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병원선을 만나기 까지  

   아프리카에 올 때가 되면 사무실 일들을 정리하느라 늘 바빴지만 이번에는 일이 한꺼번에 닥쳐서 더욱 바빴다. 이런 저런 핑계로 강의 준비를 제대로 못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미안했지만 선교 가는 사람으로서 마음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하나님께 더욱 면목없었다.

    아프리카로 오려면 주로 유럽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는 런던을 거치게 되었다. 런던을 경유할 때면 비행기가 아침 일찍 런던에 도착하여 밤늦게 아프리카로 출발하기 때문에 낮 시간 동안   공항에서 기도하면서 강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 아셨을까! 런던공항에 내리자 마자 예전에 Virgin Atlantic Air line에서 일할 때 함께 근무하던 자매를 만나게 되었다.  16년 근속으로 매니져가 되어 있었다. 그 친구 덕분에 First Class Lounge에서 하루 종일 지내게 되었다.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기도도 하며 아프리카에 오면 물 사정이 안 좋은 것을 생각해서 샤워도 하고 마음 편하게 지내는 동안 한나절이 후딱 지나갔다.

    그렇게 편한 시간을 보내고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9시간이 지난 후 비행기는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두 시간 남짓 기다려 비행기를 타고 2 시간 정도 가면 무완자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다시 11시간 배를 타고 영성수련원과 클리닉이 있는 부코바로 가야하지만 무완자에서 하룻밤을 지내기 때문에 그래도 무완자까지 도착만 하면 좀 안심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에 한 번 다니는 비행기가 결항이 되어 먼 거리로 둘러가는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이런 일은 아프리카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쉽지는 않았다.  두 시간 남짓이면 가는 곳을  9시간 걸려서 가야 하는데 비행기는 잔지바르에 들러서 다루살렘으로 갔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할 때를 잘 참지 못하는 나는 결국 멀미를 했고 다루살렘에서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마음에 평안을 잃을 뻔 했다. 그런데 곧 성령의 음성이 들렸다.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나와 가나안으로 갈 때 40일이면 가는 거리를 400년 걸리게 한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든 일에 잠잠히 순종하며 인내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지금까지 되어진 일들이 모두 감사하기만 했다.

     드디어 무완자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둘러오는 바람에 짐은 당연히 도착하지 않았다. 짐이 오기 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기회다. 그리고 아는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에 센터를 옮겨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전파사정으로 카톡이나 전화도 되지 않았다. 잠깐 당황했지만 아프리카에 오면 자주 오는 곳이라 일단 시내로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택시를 탔다. 역시 아프리카 택시는 에어컨도 없이 창문을 연 채 먼지가 풀풀 날리는 거리를 덜덜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김 선교사님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

    그날은 새로 옮긴 센터로 가서 기도해 주신 동역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밤을 지내고 다음날 꿈에도 그리던 병원선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동안 경비가 모자라 미완성에 머무를 뻔한 일들이 도르가의 집을 통하여 보내온 후원금으로 바닥과 문을 달게 되니 얼마나 감격스럽든지.. 감사가 저절로 나왔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이 배를 타고 우리는 전도와 치유를 위해 빅토리아 호수에 떠 있는 섬들을 돌게 될 것이다.  주님이 이 땅에 계실 때 선교 치유 봉사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복음 사역에 더 힘차게 달려 갈 것이다.             

-- 아프리카 현지에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