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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땜질하는 여자
글쓴이:상담센터 날짜: 2011.09.27 13:24:42 조회:7962 추천:0 글쓴이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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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하는 여자

글쓴이: 배임순 날짜: 2004.04.07  

‘문학 동우회’에 처음 나오는 사람은 으레 “시를 쓰세요? 수필을 쓰세요?”하고 묻는다. 할말을 찾지 못해 얼버무리고 있는 내 옆에서 “이 사람은 시도 쓰고 수필도 씁니다.”라고 말해준다. 그때마다 나는 겸연쩍은 웃음을 웃고 만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자칫하면 시도 잘 쓰고 수필도 잘 쓰는 사람으로 들릴 수 있다. 물론 이 세상에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좀 다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보니 이것도하고 저것도 해 본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처음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어렸을 때 긁적대던 기억도 있고 해서 열심히 하면 될 것 이라 믿고 공부를 했는데 할수록 어려워서 그 길을 포기를 했다. 그러다가 살아가면서 글을 써야만 하는 일들이 생겼다. 일기도 써야 하고, 교회에서 원고청탁을 받기도하고, 더구나 지금은 상담센터에서 일을 하니 글을 쓸 기회가 많아 졌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는 애초에 수필가 가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부쳐 준 이름이다. 그러다가 다시 시를 쓰게 되어 ‘등단’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인이나 수필가의 이름에 걸맞게 글을 잘 쓰지 못해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리고 교회에서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나에게는 전문분야가 없었다.  

신학교를 졸업한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땜쟁이’였다. 교회에서 풀타임으로 사역을 하는데 심방을 하다가 성경공부를 가르치고 토요일은 교회정리를 했다. 중고등부 전도사님이 안계시거나 목사님이 안 계시면 설교도 해야 했다. 영어가 서투르고 말이 서투른 나는 늘 영어설교 한편, 어른설교 한 편을 준비해서 다닌 적도 있었다. 때로는 꽃꽂이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화장실 청소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누가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분야가 없으니 눈에 보이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던 나는 늘 피곤했다. “나도 제대로 하는 게 있어서 땜질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귀하게 언제나 그 자리에 놓여지는 금 그릇 대우를 좀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렸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우리 집엔 크고 좋은 솥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늘 땜질한 자그마한 솥을 사용하셨다. 크고 좋은 새 솥은 큰일이 있을 때만 사용하시고 땜질한 솥을 주로 쓰시면서 “쓰기에 편해서 늘 그 솥만 쓴다.”고 말씀하셨다. 땜질이라는 것은 그 자리가 울퉁불퉁하다. 일단 매끄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땜질이 안 되면 쓸 수가 없다. 울퉁불퉁해도 험 잡히지 않는 땜질! 그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그 생각을 한 이후로 “나같은 사람이 어쩌면 더 필요한지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땜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주어지는 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주일 오후마다 교회 사무실 청소를 했다. 그때 마침 한국에서 오신 여자 전도사님이 사무실로 들어와 그 광경을 보고 “전도사님이 왜 사무실 청소를 해요”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나 하면 어때요,” 그랬더니 “전에 우리교회에서는 교역자들이 그런 일 하는 것을 본적이 없어요. 물론 나도 해 본적도 없구요. 앞으로 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 버릇 나빠져요.” “어떤 때는 화장실 청소도 하는데요.”하고 나는 한 수 더 떴다. 결국 그 전도사님은 얼마 못가서 교회를 그만 두고 말았다.  

‘여성상담교육센터’에 자원봉사 하러 오시는 분들 중에도 이전에 나처럼 고상한 금 그릇이 되고 싶어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 간 분들이 가끔 있다. 이곳은 청소에서부터 이것저것 땜질을 하는 자세가 되어야지 봉사할 수 있는 곳이다. 땜질에 익숙해진 나는 지금도 부르면 아무데나 간다. 한참 하다보니 그래도 지금은 ‘결혼식 꽃꽂이’ 에 불려가기도 하고 ‘낮 예배 설교’에도 불려 간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러던 어느 날 밤 10시가 지난 시각에 J신학교 측에서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 10시 반에 신학교에 강의를 할 수 있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땜질을 하라”는 것이 아닌가! 땜질은 나의 사명인데 “당연히 가야지요.”하고 대답하고 다음 날 신나게 강의를 했다. 그날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학교 측에 의뢰하여 강의를 계속 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삶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함께 대화를 나누면 배울 것이 많고 강의하는 일도 재미가 있어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앞으로도 내게 주어진 땜질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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