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새로운 거처를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언제나 그 해가 다사다난했다고는 말하지만 올해는 더 유별난 것 같다. 엊그제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이 나서 아우성이더니
펜실베니아에 있는 친구 목사님의 기도원에 불이 나서 원치 않는 메스콤을 타게 되었다. 그뿐인가! 교계의 이런저런 소문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사람들은 말세라고 한다. 정말 마지막 때인 것 같다. 자식이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죽이고,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별로 슬픈 기색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가슴은 메말라가고 있다. 힘든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들어 그 일을 외면해 버린다. 그 외면해 버린 아픔은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웅크리고 있다가 엉뚱한 사건으로 터져 주위를 놀라게 한다. 이때 무엇을 위해 사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정제감이 없는 사람들은 ‘힘든 세상 그만 하직하자.’ 결심하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기도하고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 사람도 있다. 인간은 이처럼 잔인하다.
어느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그러나 어느 시대 보다 더 잔인한 위기에 서 있다. 갈림길이 우리 앞에 있다. 아직도 물질과 명예를 따라 허우적거리는 한 부류와 일찌감치 자신을 포기하고 그분 안으로 피한 사람들이다. 그리 영안이 밝지 않다 하더라도 이대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으로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치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져서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우준하게 되어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금수와 버러지 형상의 우상으로 바꾸어 쓰는 사람들의 부류와 하나님께서 이를 저희에게 보이시므로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그의 속에 있는 사람들이다.(롬 1: 18-23) 사실 우리가 그분의 마음을 알기만 하면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분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는 것들에 사로 잡혀 그것에 억압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속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처한 세계를 체험하면서 형성되어진 심상은 이미 너무 세속화 되어 버려 그 어떤 힘이 아니고서는 그 심상을 무너뜨릴 수 없다. 이 상태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그것이 허상인 것을 알아차리고 그분께 엎드리는 것이다.
이제 그분께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사람은 오직 사랑으로만 행복할 수 있다.’ 그 사실 앞에 무릎을 꿇게 되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분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곳에만 진정한 사랑이 있다. 처음 그분의 사랑은 짝사랑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나를 위하여 죽어주신 그 사랑! 그것은 틀림없는 짝사랑이다. 이처럼 진실한 사랑은 짝사랑으로 시작된다. 아기는 엄마의 마음을 전혀 알 길이 없는 데 엄마는 아기를 위하여 생명을 바치고 상처 입은 사람은 사랑할 기력이 없는 데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야만 한다.
사랑하느라고 했는데 그들에게는 상처가 되었던 일, 그것이 사랑인줄 알고 분에 넘치도록 베풀었는데 그것이 짝 사랑이어서 억울한 눈물,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어서 우리는 함께 울었다. 그 눈물은 우리에게 사랑의 능력으로 다가오고 우리는 그 사랑으로 마지막 시대를 살아가리라고 다짐해 본다.
이제 이 해가 저물기 전에 살아 있는 것 같으나 죽은 허상에 빠져 있는 이들을 부둥켜안고 사랑의 입김으로 살리는 우리의 숙제를 마감해야겠다. 만약 새해가 다시 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후회하지 않는 사랑! 그 사랑으로 우리의 가슴에 아직 남아 있는 이들을 살려 내리라.
이 일을 위하여 우리는 조그만 집을 구하고 있다. 갈 곳 없는 자매들의 숙식을 제공하면서 그들의 정체성을 회복시켜 주는 장소가 필요하다. 함께 끌어 안고 울어야 할 장소, 그곳에서 생명이 피어날 것이다. 초창기 갈 곳 없는 자매들과 함께 살 때는 내가 너무 어려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 나의 의로 열심히 살았던 기억이 난다. 모든 것을 포기한 10년의 세월, 이제 내려놓아야 보이는 주님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 한다.
지금은 가진 것 없지만 우리에게 사랑의 마음을 주신 주님께서 새해에는 새로운 거처를 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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