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나무
깊은 가을 산 끝자락 비바람에 홀로 있어 더 외로운가!
이 땅의 아픔 딛고 하늘을 우러러 벌린 팔 석양의 노을빛에 속살 드러내고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시대를 향한 흐느낌인가!
엊그제 자살한 남편에 대한 죄책감, 애도의 눈물 막 백일지난 어린 것 떼어 보낸 어미의 아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연약함 앞에 누군가를 위해 산다는 허영심은 폭로되고 나눈다는 교만은 현기증 일으키어 소슬바람에 가을나무 낙엽 지듯 나의 죄악이 붉은 빛으로 뚝뚝 떨어진다.
그래도 아직 남은 생명 있음에 다시 피어날 새싹 기대하며 연약한 무릎 세우고 가을 산을 휘돌아 구름 사이를 비집고 하늘로 나아간다.
들꽃 하나에도 행복하도록 사랑을 보여주신 그분의 은혜에 힘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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