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없는 제자
글쓴이: 배임순 날짜: 2004.03.08
우리는 늘 배우며 살아간다. 영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배우면서 성숙해간다 함이 옳을 것이다. 나는 배우기 위하여 자주 배우는 자리에 참석한다. 그런데 이번수련회에서는 ‘배웠다’기보다는 ‘깨우쳤다’는 표현이 옳을 듯싶다. 지식을 넣어주기보다는 많은 질문이 주어졌다. 자신이 직접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집회 도중에 옆 사람에게 강사목사님이 “당신은 스승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때 나는 나에게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이셨던, 지금도 가끔 통화하며 만나 뵙기도 하는 선생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목사님, 그리고 우리센터의 어려운 일들이 생기면 이것저것 여쭈어보는 이사장님, 글을 지도해 주시는 시인 권사님, 함께 기도하며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담임목사님, 문학동우회의 훌륭하신 어른들 등등.. 원래 ‘사람 잘 만나는 복’을 타고난 나는 여러분의 스승을 모시고 있다. 그런데 옆에서 “예”라고 대답을 하자 “자주만나 영적인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느냐?”고 묻는 강사님의 물음에 얼버무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스승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목사님은 “가짜 전도사구먼” 하며 나를 노려보셨다. “그렇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 그렇다! 제자에게 스승이 없다면 그 제자는 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나는 “지혜자는 버려진 돌에서도 진리를 발견한다.”는 독일속담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그 말을 자주 써 먹는다. ‘배우려는 자세가 있는 자는 그 어느 것에서나 배운다.’는 뜻 일게다. 나는 많은 훌륭한 여러분들을 통해서 배우면서도 그분을 스승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스승이 아니라고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저 스승에 대하여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그 분들이 모두 내 스승’이라는 사실을 깨달게 되자 갑자기 행복해졌다. 한 때는 “이 분을 스승으로 모시기에는 너무 멀리 계셔.” “저분을 스승으로 모시기에는 너무 연락하기가 힘들어.”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기에는 나를 잘 이해 못하는 같아” “이 분을 스승으로 모시기에는 나와 생각이 너무 다른 것 같아.”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강사목사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내겐 훌륭한 스승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가까이 있을수록 쉽게 만나지 못하고, 많을수록 소중한 줄을 모르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나의 스승’이라는 인식을 못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나의 스승일 수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짐에서 감지되어지는 모든 것에서 배우고 깨달으며, 들리는 모든 것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존재 하나 하나를 존중하며 사랑할 수 있으리라. 유달리 내게 여러분의 스승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배우고 깨달으며 사랑하면서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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